메달 없이도 남은 값진 성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 아시아 난민팀의 태권도 선수 두 명이 모두 16강에서 대회를 마쳤다. 탈라 하산 후나이디는 여자 49㎏급 첫 경기에서 패했고, 마무드 자심 무함마드도 남자 80㎏급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두 선수에게 이번 대회의 의미는 승패나 메달 수로만 설명되지 않았다.

탈라는 경기 뒤 “이번 대회 참가는 내 삶을 180도로 바꿨다”며 “목표가 생겼고, 이제 내게도 꿈이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 겨루기는 정해진 시간 동안 상대와 맞서 발차기와 주먹 공격을 주고받는 경기다. 16강은 토너먼트에서 우승까지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단계로, 이 경기에서 패한 선수는 대회를 마친다. 탈라는 첫 경기에서 졌지만, 자신이 아시안게임 무대에 섰다는 사실 자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전쟁으로 떠난 고향, 난민 캠프에서 만난 태권도

탈라와 마무드는 모두 시리아 출신이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요르단 아즈라크 난민 캠프에 정착했다. 전쟁과 강제 이주로 익숙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난민 캠프는 안전을 위한 장소인 동시에,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탈라에게 태권도는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기회였다. 세계태권도연맹은 2016년 태권도박애재단을 세워 여러 지역의 난민 캠프에서 태권도 교육을 지원했고, 2018년에는 아즈라크 캠프에 태권도 아카데미를 열었다. 탈라는 이곳에서 아홉 살 때 처음 태권도를 배웠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동작도 반복해서 연습하면서 익숙해졌다. 발차기를 연습하고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탈라는 자신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 경험은 운동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내일을 계획하고 목표를 세우는 힘으로 이어졌다.

운동이 일상에 가져온 변화

태권도는 탈라에게 훈련과 경기의 기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난민이 된 뒤 미래를 그리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선수라는 목표가 생겼고, 아시아 여러 나라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무대도 열렸다.

이는 스포츠가 모든 상처를 단번에 없앤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규칙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꾸준히 연습하는 일은 생활에 리듬을 만들고 성취감을 얻도록 도울 수 있다. 탈라에게 태권도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게 한 경험이었다.


아시안게임 첫 난민팀이 밟은 무대

올림픽에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난민 선수단이 꾸려졌다. 이에 비해 아시안게임 난민팀은 2026년 대회에서 처음 구성됐다. 탈라와 마무드는 아시아 난민팀의 일원으로 태권도 종목에 출전해 대회 개회식에서도 함께 입장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난민팀 최초의 아시안게임 메달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난민 선수들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난민 선수단은 국적이나 거주지와 관련한 제약으로 자국 대표팀에 출전하기 어려운 선수들이 대회에 참여할 기회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 탈라 하산 후나이디: 여자 태권도 49㎏급 출전, 16강에서 대회 종료
  • 마무드 자심 무함마드: 남자 태권도 80㎏급 출전, 16강에서 대회 종료
  • 두 선수 모두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아시아 난민팀의 첫 아시안게임 출전 경험을 쌓음

이 경험은 개인의 성적을 넘어선 의미도 지닌다. 난민 캠프에서 시작한 훈련이 국제대회 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스포츠 교육과 훈련 기회가 선수의 진로와 삶의 목표를 넓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의 패배는 성공의 시작”

탈라는 경기 전부터 설렘을 느꼈다고 했다. 심판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순간부터 행복했고, 경기 뒤에도 자신의 도전에 자부심을 보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패배였지만, 난민 캠프에서 태권도를 시작해 아시안게임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탈라에게 중요한 성취였다.

탈라는 “오늘 패배했지만, 이건 성공의 시작”이라며 다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마무드 역시 대회에서 탈락한 뒤 전 세계 난민에게 포기하지 말고 꿈을 좇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삶과 경기에서 상처를 입더라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가 강조한 말이었다. 두 선수는 자신의 결과를 숨기거나 실패로만 규정하지 않고, 앞으로의 도전을 이어갈 출발점으로 받아들였다.

앞으로 이어질 도전

두 선수가 다음 대회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출전으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고, 탈라는 다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대회에서 얻은 경험이 향후 훈련과 경기 준비에 어떤 밑거름이 될지 주목된다.

난민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만이 아니다. 훈련 공간과 지도자, 대회 참가 기회처럼 꾸준히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아즈라크 캠프의 태권도 아카데미 사례는 이런 지원이 어린 시절의 관심을 선수로 성장할 기회와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발차기가 전한 희망

아시안게임 첫 난민팀이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두 선수의 출전은 난민 선수들이 꿈을 꾸고 경쟁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탈라에게 태권도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한 힘이었다.

이번 대회의 발차기는 경기 점수만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다시 계획하고, 다음 도전을 준비하며, 다른 난민들에게도 희망의 말을 건네는 몸짓이었다. 메달은 없었지만, 탈라와 마무드는 꿈을 이어갈 가능성과 다음 무대를 향한 목표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