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1일 만에 관객 200만 명
영화 ‘암살자(들)’이 개봉 11일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영화관에서 판매된 표를 모아 집계하는 시스템)에 따르면, 10월 3일 오후 2시 35분 기준 관객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3일 극장에 걸린 이 영화는 개봉 나흘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모았다. 이후 일주일 동안 100만 명을 더해, 개봉 첫 11일 동안 빠른 관객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치권에서 상영 중단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동안에도 영화는 관객 200만 명을 기록했다.
1974년 사건을 둘러싼 추적극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당시 수사 결과에 의문을 품은 형사와 기자들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는 실제 기록과 창작으로 만든 장면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관객은 이를 통해 사건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만, 영화의 서사가 곧 역사적 사실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기록과 작품 속 해석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역사적 사실은 구분해야
작품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그렸는지가 있다. 영화 속 인물의 추측이나 서사적 장치가 실제 수사 결과나 역사적 증거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 영화는 당시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 정치권의 비판은 영화가 사건의 책임과 배경을 어떻게 묘사했는지에 집중됐다.
- 작품에 대한 평가는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역사적 주장은 기록과 근거를 따져 확인해야 한다.
국민의힘 정치인들, 상영 중단과 법적 조치 요구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며 상영을 중단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의원은 지난달 29일 허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주진우 의원은 영화의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이는 정치인들이 제기한 주장과 요구이며, 영화가 상영 중인 상황이나 법적 판단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논란의 쟁점은 작품에 대한 비판과 제재의 경계
영화의 역사 해석이 타당한지 따지는 일과 상영 자체를 막거나 수익을 환수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다. 앞의 논의는 표현의 내용과 사실 근거를 검토하는 데 초점을 두지만, 뒤의 요구는 작품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와 제재의 정당성까지 따지게 한다.
허진호 감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로 전제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작품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작품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배우를 향한 공격에 홍보 일정 취소
논란은 영화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넘어 출연 배우의 신상과 광고 활동을 겨냥한 공격으로 번졌다. 제작사는 배우와 제작진의 안전을 고려해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예정된 극장 무대인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유해진·이민호 배우의 일정에도 취소가 이어졌다. 두 배우의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과 7일 야외 무대인사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무대인사는 배우와 관객이 극장에서 직접 만나는 홍보 행사다. 관객에게는 작품에 관해 질문하거나 배우를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지만, 안전 우려가 커지면 행사를 열기 어려워지고 영화 홍보와 관객 소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 10월 3~5일로 예정됐던 극장 무대인사 취소
- 유해진·이민호 배우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 취소
- 10월 7일 예정됐던 야외 무대인사 취소
감독 “비판과 작품의 존재 부정은 다른 문제”
허 감독은 지난달 30일 작품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작품에 동의하지 않는 일과 작품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일은 다르다는 취지로 말했다. 영화가 논쟁을 일으키더라도 비판은 작품의 내용과 근거를 놓고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 발언은 작품을 둘러싼 논쟁이 역사 해석에 대한 평가를 넘어 창작물의 공개와 표현의 자유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작품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관객이나 정치인은 비판할 수 있지만, 창작자와 배우를 겨냥한 인신공격(사람의 인격이나 사생활을 공격하는 말과 행동)은 작품에 대한 논쟁과 구별해야 한다.
관객의 선택과 논쟁의 향방
관객 200만 명 돌파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영화를 보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관객 수만으로 영화의 역사적 해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는 영화가 실제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그렸는지,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어떤 근거에 기반했는지, 창작자와 출연진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지 등이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작품에 대한 비판과 안전을 위협하는 공격을 구분하고, 역사적 사실에 관한 주장은 검증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