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회 연속 메달, 결승에서는 은메달

한국 브레이킹 선수 김홍열, 활동명 ‘홍텐’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브레이킹은 힙합 문화에서 발전한 춤으로, 음악에 맞춰 회전과 균형 동작, 즉흥적인 춤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김홍열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을 따며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입상을 이뤘다.

그는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에서 열린 남자부 결승에서 일본의 나카라이 시게유키에게 0대 3으로 패했다. 나카라이는 김홍열보다 18살 어린 일본의 대표 선수다. 김홍열은 정상에 다시 오르지는 못했지만, 젊은 선수와 맞붙어 무대를 펼친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빛 기운을 받으려고 머리도 금발로 염색하고 왔는데.”

경기를 마친 김홍열은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이루고 싶었던 목표가 모두 메달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승리만 좇기보다 무대를 즐기다

김홍열은 이번 대회의 첫 번째 목표로 경기를 온전히 즐기는 것을 꼽았다. 앞선 아시안게임 때는 다음 올림픽 출전권과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이기는 데 집중하느라 무대 자체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음악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관중과 호흡하는 데에도 마음을 쏟았다.

그는 대회 내내 자신이 가장 많이 웃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관중의 환호도 그의 무대에서 특히 크게 터져 나왔다. 결과만 보면 은메달이지만, 김홍열은 자신이 원했던 방식으로 경기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브레이킹은 정해진 동작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음악과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자신만의 표현을 보여주는 춤이다. 따라서 체력과 기술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흐름을 읽고 창의적인 동작을 이어가는 능력도 중요하다. 김홍열은 이번 무대에서 노련함과 강한 에너지를 함께 보여주며 관중을 사로잡았다.

체력과 춤을 함께 준비한 시간

김홍열은 대회를 앞두고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오전에는 근력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춤을 연습했으며, 저녁에도 개인 훈련을 하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경기에서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동작도 준비했다.

그는 특히 ‘탐락’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탐락은 본격적인 브레이킹 동작에 들어가기 전, 서서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을 뜻한다. 관객이 무대 초반부터 선수의 개성과 리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부적인 표현까지 다듬었다는 설명이다.


나이를 넘어 계속 배우는 선수

김홍열은 세대가 바뀌면서 브레이킹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이 새로운 춤의 방식과 표현을 보여주는 만큼, 자신의 익숙한 스타일만 고집하지 않고 요즘 흐름을 배우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방식을 익히는 과정이 오히려 춤을 계속하게 하는 즐거움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친구들이 춤추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내가 계속 춤을 추는 원동력이다.”

브레이킹은 몸을 바닥에 대고 회전하거나 한쪽 팔로 균형을 잡는 등 강한 신체 능력을 요구한다. 이런 동작을 오랫동안 이어가려면 체력 관리와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회복과 신체 관리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지만, 김홍열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배우는 일을 통해 자신의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도전은 단순히 오래 활동했다는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세대의 표현을 배우고 자신의 춤에 녹여내는 과정은, 경험이 쌓인 선수도 계속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익숙한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배움을 이어가는 태도 자체가 그의 경쟁력이라는 점도 드러난다.


중학교 친구들과 시작해 세계 무대로

김홍열은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추면서 브레이킹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문화였지만, 춤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성장하는 경험이 이어지면서 브레이킹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오랜 선수 생활로 이어진 셈이다.

그는 2002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세계적인 브레이킹 대회인 레드불 비씨원 결승에서도 2006년, 2013년, 2023년 세 차례 정상에 올랐다. 오랜 시간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쌓은 경험은 이번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도 그의 노련함으로 이어졌다.

김홍열은 2002년 첫 세계 대회 우승 당시의 감동과 성취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출전 역시 선수 생활에서 오래 기억할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한 번의 우승이나 메달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세대와 무대를 함께 지나온 경력이 그의 춤에 깊이를 더했다.

한 번의 결과보다 긴 선수 생활

김홍열의 경력은 브레이킹이 동네의 춤 문화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무대로 넓어지는 흐름과 함께해 왔다. 브레이킹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파리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선보였다. 무대가 커질수록 선수들은 경기 결과와 함께 춤의 개성, 문화적 뿌리를 어떻게 보여줄지도 고민하게 된다.

이번 은메달은 우승을 놓친 결과이면서 동시에, 김홍열이 여전히 정상급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특히 자신보다 훨씬 어린 선수들과 겨루면서도 관중의 큰 호응을 끌어낸 점은 경험이 무대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도 새로운 시작은 가능하다”

김홍열은 자신이 무대에 서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이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이제 와서 무슨 도전이냐”며 시작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나의 도전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는 특히 같은 40대에게도 응원의 말을 건넸다. 살아가다 보면 힘든 순간이 있지만 좋은 날도 찾아올 수 있으니 함께 힘을 내자는 메시지다. 김홍열은 자신 역시 쉽지 않은 순간을 겪었지만, 춤을 통해 다시 웃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나이를 잊고 무리하라는 뜻이 아니다. 각자의 몸과 상황에 맞게 준비하면서도, 스스로 정한 가능성의 한계를 너무 일찍 닫지 말자는 데 가깝다. 오랫동안 해온 일을 계속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김홍열의 무대는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다.


후배에게 경험을 전하고 다음 대회 준비

김홍열은 한국 브레이킹이 다시 강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이 오랜 선수 생활을 통해 얻은 기술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개인의 성적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성장할 환경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선수의 모습은 메달만 많이 딴 사람이 아니다. 브레이킹의 문화와 가치를 지키고, 춤을 즐기며, 후배에게 좋은 영향을 남긴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결과를 넘어 자신이 속한 문화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김홍열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에도 다음 일정인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은메달로 여정을 마무리하기보다 다시 연습장으로 돌아가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두 대회 연속 메달은 그의 성취를 보여주고, 멈추지 않고 배우겠다는 태도는 다음 도전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