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전, 답답한 0-0 무승부
한국 축구대표팀이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경기는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렸으며, 한국은 경기 내내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비에서도 상대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해 경기 종료까지 불안한 장면이 이어졌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 순위는 32위, 베네수엘라는 47위였다. 순위만 놓고 보면 한국이 우세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그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에서 치른 세 경기의 성적은 에콰도르전 3-0 승리, 우루과이전 1-4 패배, 베네수엘라전 0-0 무승부로 1승 1무 1패가 됐다.
김민재는 경기 뒤 “솔직히 수비 선수들을 보면 불쌍하다”며, 이날 경기는 선수들이 모두 함께 싸우는 느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4-4-2였지만 풀리지 않은 경기
모레노 감독은 앞선 두 경기와 마찬가지로 4-4-2 전형을 선택했다. 4-4-2는 수비수 네 명, 미드필더 네 명, 공격수 두 명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공격과 수비의 기본 틀을 갖추기 쉽지만, 선수 사이의 간격과 움직임이 맞지 않으면 중원에서 공을 빼앗기거나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손흥민은 오현규와 함께 최전방에 섰다. 손흥민은 한 골을 더 넣으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국제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날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좌우 측면에는 김민수와 이강인, 중앙에는 황인범과 박진섭이 배치됐다.
수비진은 조현택, 김민재, 이한범, 설영우로 구성됐고, 골문은 모레노 체제에서 처음 출전한 송범근이 지켰다. 선발 명단에는 공격과 수비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포함됐지만,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장점을 하나로 연결하는 모습이 뚜렷하지 않았다.
중원 패스가 끊기며 공격의 출발점도 흔들려
한국은 짧은 패스로 공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지만, 중원에서 공을 잃는 장면이 반복됐다. 상대 압박에 공을 빼앗기거나, 공을 다시 되찾으려다 무리한 반칙을 범하기도 했다. 빌드업(수비 지역부터 패스를 이어 공격을 시작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겼다.
중앙으로 나아가는 길이 막히자 수비진이 전방으로 길게 공을 보내는 장면이 늘었다. 그러나 긴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져 공격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공을 받은 선수도 주변의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간단한 패스 실수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은 공격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
전반 한국의 슈팅은 한 차례뿐이었고, 골문 안으로 향한 유효슈팅(골대 안으로 들어가 골키퍼가 막거나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슈팅)은 없었다. 이는 단순히 마무리 기회가 적었다는 의미를 넘어, 공격을 시작하고 상대 수비를 흔드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후반 공세도 잠시, 역습에는 흔들려
한국은 후반 들어 수비 위치를 높이고 공격 속도를 끌어올리려 했다. 후반 6분에는 오현규가 오른쪽에서 올린 공을 손흥민이 달려들며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날 한국이 만든 공격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초반의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은 다시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고, 공을 점유하고도 상대 골문 가까이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측면에서 공을 올리거나 긴 패스를 시도했지만, 공격수들이 이를 받아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제한적이었다.
반대로 베네수엘라는 한국의 공격이 끊긴 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의 미드필더들이 상대 공격을 초기에 막지 못하면서 수비진은 상대 선수와 직접 맞서는 상황에 자주 놓였다. 베네수엘라의 슈팅이 골대를 맞은 장면도 나와 한국은 실점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수비진에 집중된 부담
축구에서 수비는 수비수만의 역할이 아니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도 상대가 공을 갖고 있을 때 압박하고, 패스 길을 좁히며, 수비진 앞 공간을 함께 지켜야 한다. 앞선 선수들이 압박에 참여하지 않으면 상대는 비교적 편하게 공을 전진시킬 수 있고, 수비수는 더 많은 공간과 상대 선수를 동시에 막아야 한다.
이날 김민재가 “수비 선수들이 불쌍하다”고 말한 배경에도 팀 전체의 수비 협력 문제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기 뒤 팀이 함께 싸우고 몸싸움에 나서며 수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정 선수의 실수만 따지기보다, 경기장 전체에서 압박과 수비가 연결되지 않은 점을 짚은 발언으로 읽힌다.
김민재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
중앙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는 후반 35분 교체됐다. 교체 과정에서 모레노 감독에게 불만을 드러내는 모습이 포착됐고, 벤치에서는 축구화를 던지기도 했다. 경기에서 느낀 답답함이 행동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김민재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는 분위기를 바꿀 계기가 필요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팀의 여러 부분을 개선해야 하며, 선수들이 함께 경합하고 수비하는 모습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경합(공을 차지하기 위해 상대와 몸을 맞대고 다투는 상황)은 공중볼이나 몸싸움에서 특히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 여러 선수가 함께 참여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김민재는 개인이 돋보이는 것보다 팀 전체가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수들이 함께 최선을 다해야 팀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무승부에 대한 실망을 넘어 대표팀의 경기 방식과 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특히 수비진에 부담이 집중되는 상황이 계속되면, 수비수 개인의 기량만으로는 상대 공격을 막기 어렵다. 공격과 수비를 따로 떼어 평가하기보다 선수들이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레노호가 풀어야 할 과제
모레노 감독 체제에서 치른 세 경기는 서로 다른 결과를 냈지만, 베네수엘라전에서는 팀의 경기 방식이 아직 뚜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모습이 나타났다. 선수들이 짧은 패스로 풀어갈지, 긴 패스로 빠르게 전진할지 판단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공격이 끊긴 뒤에는 수비 전환도 불안했다. 감독이 선택한 전형만으로 경기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선수 간 거리와 역할을 반복해서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으로 점검해야 할 과제는 크게 나눠볼 수 있다.
- 중원에서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고 전방으로 연결하는 방법
- 패스가 끊겼을 때 여러 선수가 함께 압박해 공을 되찾는 조직력
-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수비에 참여해 수비진의 부담을 나누는 움직임
- 상대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패스 선택과 위치를 빠르게 정하는 능력
이 과제들은 특정 선수 한 명을 교체한다고 해결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공을 가진 선수가 압박을 받았을 때 가까운 동료가 패스 선택지를 제공해야 하고, 공을 잃은 순간에는 주변 선수들이 함께 상대의 전진을 늦춰야 한다. 선수들이 이러한 약속을 공유하지 못하면 개인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팀 전체의 흐름은 끊길 수 있다.
다음 경기에서 확인할 변화
이번 무승부만으로 대표팀의 향후 성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에콰도르전 승리 뒤 우루과이전 패배, 베네수엘라전 무승부가 이어진 만큼 경기마다 달라지는 결과를 넘어 일관된 경기 방식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음 경기에서는 중원 패스의 안정성, 공격과 수비의 연결, 선수들의 협력 압박이 실제로 개선됐는지가 중요한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승점이나 순위보다 경기 내용에서 더 큰 숙제를 안았다. 김민재의 공개적인 쓴소리는 그 숙제를 선수단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대표팀이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모습을 넘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모레노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