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출범 1년, 성과와 과제가 함께 드러나다

여성가족부를 확대 개편해 출범한 성평등가족부가 1년을 맞았습니다. 부처 사이의 협력을 바탕으로 젠더폭력에 대응할 틀을 일부 마련했지만, 정부 전체의 성평등 정책을 이끌어가는 중심 역할은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성평등가족부는 출범 1주년을 맞아 정책 추진 체계를 정비하고, 양성평등위원회 대면회의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성평등 과제를 반영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제도와 법률을 실제로 바꾸는 단계에서는 여러 과제가 국회 심의나 부처 간 조율에 막혀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대응 조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성평등 정책을 실제로 추진할 권한과 지속적인 계획을 갖추었느냐는 점입니다.

젠더폭력 대응, 부처 협력의 틀은 마련

성평등가족부는 법무부와 경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여러 기관과 협력하며 젠더폭력 대응 체계를 정비해 왔습니다. 젠더폭력은 성별에 따른 권력 관계나 차별과 연관된 폭력을 가리키며, 피해자 보호와 가해 행위 대응에는 한 부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성착취물이 유통될 경우에는 피해자 지원뿐 아니라 수사, 유통 경로 차단, 방송·통신 분야의 대응이 함께 필요합니다. 성평등부가 관계 기관을 연결하고 정책을 조정하면 각 기관이 따로 움직일 때 생기는 빈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갖추는 것과 성평등부가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입니다. 협력 상대 기관의 업무와 우선순위를 조정할 권한이 부족하면, 계획을 세워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책을 움직이는 ‘컨트롤타워’의 조건

‘컨트롤타워’는 여러 기관의 업무를 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중심 역할을 뜻합니다. 성평등 정책에서는 각 부처가 맡은 사업을 연결하고, 정책에 성별에 따른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는지 확인하는 기능이 중요합니다.

사회학자인 신경아 한림대 명예교수는 성평등부가 다른 부처의 정책을 총괄·조정할 책임과 권한을 충분히 받았는지 정부 차원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부처와 이해관계를 조정해 정책을 주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회에 묶인 고용평등공시제

성평등부가 추진하기로 한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고용평등공시제입니다. 고용평등공시는 기업의 고용 현황을 성별 등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공개해, 채용이나 승진에서 격차가 있는지 사회가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정부가 기업의 고용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구직자에게는 기업의 고용 환경을 비교할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인력 운영의 불균형을 돌아보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뒤에도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법률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도의 적용 범위와 공개 방식, 시행 시기 등을 구체화하기 어렵고, 정책 추진도 늦어질 수 있습니다.

교제폭력 관련 입법 공백도 남아

교제폭력 대응 역시 해결되지 않은 과제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관련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법안 마련은 폭넓은 제도 개선보다 스토킹처벌법 개정 등을 중심으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교제폭력은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위협을 뜻합니다. 피해자가 관계를 끝낸 뒤에도 반복적인 연락이나 접근, 협박을 겪을 수 있지만, 어떤 행위에 어떤 법적 대응을 적용할지는 관련 법과 제도의 범위에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법 개정 논의에서는 피해자가 위험을 알렸을 때 신속히 보호받을 수 있는지, 관계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피해에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입법 일정은 기사에서 확정된 내용으로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지시에 기대는 정책 추진, 독립성 논란도

전문가들은 성평등부가 추진해 온 일부 사업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모두의 생리대’ 사업과 임신중지 약물 도입, 불법 성착취물 사이트 대응 등이 주요 사례로 거론됐습니다.

대통령의 지시는 정부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의 지속성이 특정 지시나 정무적 판단에 크게 좌우되면, 담당 부처가 자체적인 우선순위를 세우고 장기 계획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기사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문제를 공론화하거나 남성 역차별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러온 사례도 언급됐습니다. 성평등 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가 충분한 논의 없이 제시될 경우, 정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장관 인선 과정에서 조직이 흔들린 일도 부담으로 꼽혔습니다. 용혜인 의원은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이러한 지명과 사퇴 과정을 지켜보며 성평등부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보호와 사회적 요구에 답해야

최 대표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 청년 여성들이 요구해 온 과제를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동의 강간죄는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성폭력 범죄의 성립 기준을 다루는 법적 쟁점입니다. 이를 둘러싼 논의는 형사법 체계와 피해자 보호 원칙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최 대표는 형사사법체계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제도 변화가 수사와 지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고, 피해자가 필요한 도움을 끊김 없이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성평등 정책은 법률 하나를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상담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공공기관과 기업이 차별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정부 부처가 책임 있게 협력하는지가 함께 뒷받침돼야 합니다.


2년 차, 중장기 계획과 실행력이 관건

신경아 교수는 원민경 장관이 현장을 찾는 데 더해 부처의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로드맵은 목표와 순서, 담당 기관, 점검 방법을 정리한 장기 실행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 부처 공무원의 성평등 관점을 어떻게 강화할지, 노동 분야 정책을 담당 부처와 어떻게 조율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원민경 장관은 1주년 브리핑에서 조직을 추스르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설명하며, 정책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2년 차에는 성평등부가 의제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의 성과는 선언보다 실행으로 확인될 전망입니다. 고용평등공시제의 입법과 교제폭력 대응 개선이 실제로 진전되는지, 다른 부처의 정책을 조정할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진전이 확인된 부분: 관계 기관과 협력하는 젠더폭력 대응 기반과 정부 정책에 성평등 과제를 반영하려는 시도
  • 남은 과제: 국회에 계류 중인 고용평등공시제, 교제폭력 관련 제도 공백, 부처 간 정책 조정의 한계
  • 앞으로의 관건: 중장기 로드맵 수립, 피해자 보호 강화, 현장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실행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