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궁수가 한국 양궁의 오랜 기록을 멈춰 세웠다

인도의 쿰쿰 아닐 모호드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양궁 리커브에서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한 개를 따냈습니다. 리커브는 활시위를 당겨 조준한 뒤 화살을 쏘는 양궁 종목으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치러지는 대표적인 경기 방식입니다.

모호드는 앙키타 바카트, 키르티 샤르마와 함께 여자 단체전에 출전해 한국을 꺾었습니다. 인도 여자 양궁이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은 이 종목에서 이어오던 8회 연속 우승을 놓쳤습니다.

다음 날 모호드는 개인전 결승에서도 한국의 오예진을 만났습니다. 두 선수는 세트 점수 5대5로 맞섰고, 승부를 가리는 마지막 한 발 대결에서 모호드가 10점, 오예진이 8점을 쐈습니다. 인도 여자 선수가 아시안게임 리커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도 처음입니다.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모두 한국을 제친 모호드는 인도 여자 양궁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록 두 개를 한 대회에서 만들어냈습니다.

할머니의 도움으로 처음 잡은 활

모호드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암라바티에서 자랐습니다. 2018년, 양궁을 시작할 때 외할머니 쿠숨은 활을 살 수 있도록 3,000루피, 당시 약 4만2,000원에 해당하는 돈을 보탰습니다. 그 지원으로 마련한 나무활은 한 소녀의 삶을 바꾼 첫 장비가 됐습니다.

모호드는 활을 잡은 지 6개월 만에 전국 유소년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며 재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재능만으로 선수 생활이 저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장비를 마련하고 훈련장까지 오가며 대회에 참가하는 데에는 꾸준한 비용과 가족의 지원이 필요했습니다.

그가 자란 지역에는 어린이들이 양궁을 접하도록 돕는 기반도 있었습니다. 마을 축제에서 활쏘기 행사를 열어 어린 선수들을 찾는 방식으로, 어린아이들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활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지역 활동은 전문 훈련을 받기 전부터 양궁에 흥미를 느끼고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넓혀줍니다.

낡은 장비와 먼 훈련장

모호드가 상하이 월드컵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사용한 활은 5년째 쓰던 중고 활이었습니다. 함께 훈련장에 다니던 아이들이 운동을 그만두자 이동 비용을 나눌 사람도 줄었습니다. 아버지 아닐 마노하르는 오토바이에 딸을 태워 훈련과 대회에 데려다니며 부담을 덜었습니다.

대회에 나가는 비용도 가족에게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과자 가게에 납품할 상자를 만드는 일을 했고, 어머니 루팔리는 딸에게 양궁을 권했습니다. 가족은 넉넉하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모호드가 훈련을 계속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습니다.


꾸준한 연습이 만든 마지막 한 발

모호드를 지도한 프라풀 단게 코치는 모호드가 배우려는 의지가 강했고 활을 당기는 기술을 빠르게 익혔다고 평가했습니다. 양궁에서는 활을 당기는 힘뿐 아니라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조준하는 동안 호흡과 집중력을 다스리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화살 한 발의 결과가 승부를 가르는 상황에서는 평소 훈련한 동작을 흔들림 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훈련이 어려워졌을 때 모호드는 가까운 거리에서 화살을 쏘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짧은 거리에서의 훈련은 활을 당길 때 등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익히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대회에서 긴장된 순간에도 같은 동작을 재현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쌓은 셈입니다.

양궁 개인전은 세트별로 점수를 겨루며, 동점이면 슛오프(승부를 가리기 위해 화살을 추가로 한 발씩 쏘는 방식)로 승자를 정할 수 있습니다. 모호드는 결승에서 바로 이 마지막 대결을 침착하게 마무리했습니다. 10점을 쏜 한 발은 두 금메달의 의미를 더욱 또렷하게 보여줬습니다.

  • 장비: 상하이 월드컵 금메달을 딸 때에도 5년째 사용한 중고 활을 썼습니다.
  • 이동: 훈련장과 대회에 갈 때 아버지가 오토바이로 딸을 데려다줬습니다.
  • 훈련: 정상 훈련이 어려운 시기에도 짧은 거리에서 기본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 경쟁: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에서 올림픽에 네 차례 출전한 디피카 쿠마리를 제쳤습니다.

첫 시니어 시즌부터 국제무대의 중심으로

모호드의 아시안게임 우승은 갑자기 찾아온 한 번의 이변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켈로 인디아 지원을 받으며 선수로 성장했고, 올해 처음 시니어 무대에 나선 뒤 상하이 월드컵 여자 단체전 금메달로 국제대회에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시니어 무대는 청소년 선수보다 경험이 많은 성인 선수들과 겨루는 무대를 뜻합니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도 모호드는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가진 디피카 쿠마리를 이기고 대표팀에 뽑혔습니다. 이후 본 대회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정상에 오르며 선발 결과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습니다. 혼성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추가해 이번 대회를 메달 세 개로 마무리했습니다.

한국 여자 양궁은 오랫동안 국제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얻지 못했습니다. 제공된 대회 기록에 따르면, 양궁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뒤 한국 여자 양궁이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친 것은 처음입니다. 한 선수의 우승을 넘어 여자 양궁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우승을 축하한 아버지의 과자 한 상자

모호드가 상하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자 아버지는 예전에 상자를 만들어 납품하던 과자 가게에 전화를 걸어 과자를 주문했습니다. 상자를 만들던 아버지가 딸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과자를 사러 간 것입니다. 과자는 아버지가 만든 과자 상자에 담겨 딸에게 전달됐습니다.

아버지는 딸이 메달을 따거나 대표팀에 선발될 때마다 과자를 주문해 축하한다고 했습니다. 값비싼 선물 대신 익숙한 과자 한 상자를 건네는 방식에는 오랜 시간 딸의 곁을 지킨 가족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선물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이 이야기는 정상에 오른 선수의 성취가 개인의 재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줍니다. 처음 활을 살 수 있도록 도운 할머니, 양궁을 권한 어머니, 먼 훈련길을 함께한 아버지, 그리고 지역의 양궁 경험 기회가 성장의 바탕이 됐습니다. 한 발의 금메달 뒤에는 오랜 시간 이어진 가족과 공동체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커질 기대

모호드는 아직 17살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이미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을 경험한 만큼,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맞닥뜨릴 경쟁과 기대도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앞두고 인도 여자 양궁의 새로운 핵심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주목됩니다.

다만 이번 우승만으로 미래의 결과를 미리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한 훈련과 안정적인 장비·지원, 그리고 큰 대회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입니다. 낡은 활로 시작해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꽂은 모호드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떤 환경과 지원이 더해질 때 그 재능이 한층 더 크게 뻗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