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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이름뿐인 이사'의 배신감
김민수 씨는 4년 전, 친척 형이 운영하는 소규모 건설회사 '가온건설'의 대표이사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습니다. "민수야, 네가 우리 회사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현장을 좀 맡아줘. 직함이 있어야 외부 업체랑 일하기 편하거든." 믿음직한 친척의 권유였기에 민수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법인 등기부등본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날부터 민수 씨의 일상은 화려한 이사실이 아닌 먼지 날리는 건설 현장이었습니다. 그는 매일 새벽같이 현장에 나가 인부들의 작업 내용을 감독하고, 때로는 직접 연장을 들고 함께 땀을 흘렸습니다. 회사 내부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서류에 결재 사인을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대표이사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현장 책임자'였습니다.
그렇게 3년 6개월이 흐른 뒤, 민수 씨는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퇴직금을 기대하며 요청했지만, 회사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민수야, 너는 우리 회사 등기이사였잖아. 이사는 경영자지 근로자가 아니야. 그래서 법적으로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 민수 씨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름뿐인 직함 때문에 수년간의 노고가 부정당한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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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법적인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형식적인 직함(이사)'과 '실질적인 근로 관계' 중 무엇이 우선하느냐입니다. 즉, 민수 씨가 법적으로는 경영진인 '이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가려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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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 법이 말하는 '근로자'와 '이사'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근로자'에게 퇴직금 청구권을 인정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경영 업무를 집행하는 주체이므로, 누군가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별도의 정관이나 퇴직금 지급 규정이 없다면 이사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법은 '형식'보다 '실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사라도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경영권 행사 여부: 인사권, 결재권 등 실질적인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했는가?
- 지휘·감독 관계: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고 그에 따라 움직였는가?
- 종속성: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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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 법원의 판단 기준
한국 법원은 단순히 등기부등본에 이름이 올라가 있거나 '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사용종속관계'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살핍니다.
법원은 설령 형식적으로는 이사로서 등재되고 인사발령을 받았더라도, 실질적으로 경영 업무에 참여할 수 없었고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했다면, 그 이사는 '실질적 근로자'라고 판단합니다. 이 경우 그가 받은 보수는 '임금'이 되며, 퇴직 시 '후불임금' 성격의 퇴직금을 청구할 권리가 인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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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민수 씨의 사례에 법을 적용한다면?
민수 씨의 상황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결재권의 부재입니다. 민수 씨는 이사로서 회사의 중요 문서를 결재하거나 경영 방침을 결정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이는 경영자로서의 권한이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둘째, 업무의 실질입니다. 그의 주된 업무는 건설 현장 감독과 직접 작업이었습니다. 이는 경영 활동이라기보다 구체적인 노동의 제공에 가깝습니다.
셋째, 지휘·감독 관계입니다. 민수 씨는 대표이사의 권유로 입사했고, 그의 지시대로 현장을 관리했습니다. 즉, 대표이사라는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민수 씨는 명칭만 '이사'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였다고 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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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론: 민수 씨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까?
네, 민수 씨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형식적 이사'임이 인정된다면, 회사는 민수 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민수 씨는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임금체불(퇴직금 미지급)로 신고하거나, 법원에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한 실무 팁:
- 실질적 근로 증거를 수집하세요: 결재권이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상급자로부터 받은 구체적인 업무 지시 메시지(카톡, 메일), 출퇴근 기록, 현장 작업 사진 등이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 근로계약서나 정관을 확인하세요: 비록 이사로 등재되었더라도, 내부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거나 정관에 이사의 퇴직금 지급 규정이 있다면 훨씬 유리합니다.
-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이사'라는 직함 때문에 포기하지 마십시오. 노무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근로자성'을 입증한다면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