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에서 빛난 이건혁의 금빛 하루

김예지의 남편이자 사격 선수인 이건혁(27·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그는 10월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모두 정상에 올라 대회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이건혁의 아내 김예지는 2024 파리 올림픽 사격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선수입니다. 이번에는 ‘사격 부부’ 가운데 남편이 아시안게임 무대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두 사람이 각자의 경기에서 쌓아 온 성과가 함께 조명됐습니다.

이건혁은 결선에서 가족을 떠올렸다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금메달을 못 따면 집 비밀번호를 바꾸겠다”고 농담했던 일을 전하며, 아내와 아기에게 사랑과 메달을 전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한국에 12년 만의 단체전 금메달

단체전에서 이건혁은 송종호(36·IBK기업은행), 윤서영(24·KB국민은행)과 힘을 모았습니다. 한국은 이 종목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며 오랜 기다림을 끝냈습니다.

속사권총은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표적을 조준하고 발사하는 종목입니다. 선수는 속도만큼이나 자세와 호흡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매 발마다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단체전은 한 선수의 기록만으로 결과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세 선수의 점수가 합쳐지는 만큼, 개인 기량뿐 아니라 팀 전체가 경기 내내 흔들림 없이 사격하는 것이 메달을 좌우합니다.


슛오프 접전 끝에 개인전까지 제패

이어 열린 개인전 결선에서 이건혁은 중국의 쑤롄보판과 맞붙었습니다. 승부는 슛오프(결선에서 동점일 때 승자를 가리기 위해 추가로 치르는 사격)까지 이어졌고, 이건혁은 두 번째 슛오프에서 상대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했습니다.

슛오프는 이미 긴장감이 최고조에 오른 상황에서 다시 표적을 겨눠야 하는 승부입니다. 앞선 기록이 사실상 초기화된 듯한 압박 속에서 한 발 한 발이 결과를 바꿀 수 있어, 기술뿐 아니라 심리적인 버팀목도 중요합니다.

이건혁은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아내와 아이를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집 비밀번호를 바꾸겠다는 아내의 말은 농담이었지만, 그는 경기 뒤 “진짜 잠그면 서운할 뻔했다”고 웃으며 가족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아기 목에 메달을 걸어주고 싶다”는 것이 이건혁의 경기 뒤 소감이었습니다.

윤서영도 단체전 금메달…사격 가족의 자부심

단체전 금메달을 함께 만든 윤서영에게도 이번 우승은 특별했습니다. 윤서영은 부모와 형이 모두 사격 선수인 집안에서 자랐지만, 국가대표로 국제대회 메달을 딴 것은 자신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집안의 큰 자랑거리가 됐다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대회 사격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딴 추가은(25·임실군청)과 윤서영이 연인 사이로 알려진 점도 화제가 됐습니다.

선수 가족의 응원은 경기장 밖에서 이어지는 중요한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격은 표적 앞에 서는 순간 선수 혼자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종목인 만큼, 가족의 격려와 개인의 훈련이 함께 성과를 만들어 냅니다.


김종호, 한국 컴파운드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우승

양궁에서는 김종호(32·현대제철)가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 한국 선수단에 첫 양궁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그는 결승에서 대만의 창청웨이를 149대 145로 꺾어,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첫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컴파운드는 도르래와 케이블을 활용해 활시위를 당기는 힘을 줄여 주는 활을 사용하는 양궁 종목입니다. 표적의 가운데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얻으며, 김종호는 결승에서 쏜 15발 가운데 한 발만 9점을 기록하고 나머지는 모두 10점에 명중시켰습니다.

김종호는 남자 단체전에서 4위를 한 뒤 두통과 불면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인전이 자신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고, 결승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우승을 완성했습니다.

한국 컴파운드 대표팀은 이날 개인전을 끝으로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기록했습니다. 김종호는 컴파운드 대표팀의 바통을 리커브 대표팀에 넘기며, 이어지는 메달 경쟁을 응원했습니다.


태권도 품새 남녀 개인전도 나란히 금메달

태권도 품새에서는 윤규성(제2군단사령부)과 정하은(용인특례시청)이 남녀 개인전 금메달을 각각 차지했습니다. 품새는 겨루기처럼 상대와 직접 맞붙는 대신, 정해진 동작의 정확성과 균형, 표현력을 평가받는 종목입니다.

품새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한국은 남자 개인전 3연패와 여자 개인전 2연패를 이어갔습니다. 윤규성은 지난해 6월 입대한 군인 신분으로 대회에 출전했으며, 부대의 도움에 감사하고 전우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하은은 양쪽 아킬레스건과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과 힘줄)에 부상을 안고 첫 아시안게임에 나섰습니다. 그는 부상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며 경기를 마쳤다는 뜻으로 “부러지면 일어났다”고 말해 금메달의 기쁨을 전했습니다.


여러 종목에서 이어진 한국 선수들의 도전

이날 성과는 사격과 양궁, 태권도 품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쌓였습니다. 이건혁은 단체전에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뒤 개인전에서 접전을 이겨냈고, 김종호는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결승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윤규성과 정하은은 정해진 품새를 완성도 높게 선보이며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각 종목의 경기 방식은 다르지만,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는 반복 훈련과 압박을 견디는 집중력이 공통으로 자리합니다. 사격에서는 한 발의 오차가 승패를 가를 수 있고, 양궁에서는 화살 한 발의 점수가 누적되며, 품새에서는 동작의 작은 흔들림도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은 대회가 이어지는 동안 종목별 메달 경쟁을 계속합니다. 이번 금메달들은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동료와 가족, 소속팀의 지원이 모여 만든 결과로, 남은 경기에서 선수들이 어떤 도전을 이어갈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