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이야기
박민서는 오래전부터 아내 이서윤과 사실상 별거해 왔습니다. 민서는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무너졌다고 생각했고, 민법이 혼인 파탄을 이혼 사유로 인정하는 만큼 이혼청구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민서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더 크다는 점이 재판의 쟁점이 되자, 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방향으로 민법을 해석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민서는 이 해석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민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민법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막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취지였습니다. 과연 법원은 이런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넘길 수 있을까요?
2. 이 사건이 던지는 법적 질문
재판 당사자가 법률조항 자체가 아니라 법원이 그 조항을 해석하는 방식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할 때, 그 해석을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헌법재판소에 제청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을까요?
3. 한국 법은 무엇이라고 말하나
헌법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그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법도 같은 절차를 규정합니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제청해 그 심판에 따라 재판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에 따른 위헌제청의 대상은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입니다.
이 절차가 다루는 질문은 “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가?”입니다. 반면 “이 법률조항을 법원이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가?”는 다른 질문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는 법원의 권한에 속합니다. 따라서 특정 해석을 전제로 “그렇게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위헌제청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두 주장은 다음처럼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장: 재판에 적용되는 특정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
- 대상이 되지 않는 주장: 법률조항은 그대로 둔 채, 법원이 그 조항에 부여한 해석이나 적용 방식이 위헌이라는 주장
4. 한국 법원은 이런 신청을 어떻게 보나
한국 법원은 위헌제청 절차와 법률 해석에 대한 불복 절차를 구별합니다. 위헌제청은 법률조항의 합헌성을 판단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반면 법률조항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할지, 그 의미를 사건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구체적인 재판을 맡은 법원이 판단합니다.
위헌제청은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를 대상으로 합니다. 법률조항을 특정한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법원의 해석·적용을 다투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위헌제청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신청서에 ‘위헌’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는지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다투는 것이 법률조항의 효력인지, 아니면 법원이 그 조항을 해석한 방식인지를 살핍니다. 후자라면 위헌제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아 신청을 각하할 수 있습니다. 각하는 신청 내용의 옳고 그름을 본격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절차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결정입니다.
5. 박민서의 사건에 법을 적용하면
민서의 신청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다음 순서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조항이 있는가? 이혼 재판에 적용될 민법 조항은 문제의 배경에 있습니다. 하지만 조항이 재판에 적용된다는 사실만으로 위헌제청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 민서는 무엇의 위헌성을 주장했는가? 민서는 민법 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기보다, 법원이 그 조항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 그 주장은 위헌제청의 대상인가? 아닙니다. 민서가 다투는 핵심은 법률조항 자체의 효력이 아니라 법원이 그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입니다. 이는 위헌제청 절차가 다루는 대상과 다릅니다.
- 신청의 결과는 무엇인가? 법원은 민서의 위헌제청신청을 적법하지 않다고 보아 각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민서의 이혼청구가 반드시 기각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위헌제청신청의 절차적 결론과 이혼 재판의 본안 판단은 구별해야 합니다.
결국 민서가 기대한 방식으로 법률 해석의 헌법적 타당성을 위헌제청 절차에서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혼 재판에서 혼인관계가 실제로 파탄에 이르렀는지, 파탄의 원인과 책임은 무엇인지 등 본안 쟁점은 별도로 심리될 수 있습니다.
6. 결론: 민서에게 어떤 일이 생겼고, 무엇을 해야 할까
민서의 위헌제청신청은 법률조항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겨냥했기 때문에 각하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이혼청구의 결론까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혼 재판은 위헌제청신청과 별개로 계속 진행되며, 법원은 혼인관계와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심리하게 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다음을 기억하세요.
- 신청서에서 다투려는 대상이 법률조항 자체인지, 법원의 해석·적용인지 먼저 분명히 구분하세요.
- 위헌제청에만 기대기보다 본안 재판에서 혼인관계의 파탄 경위와 관련 증거를 정리해 주장하세요.
- 위헌제청의 대상과 이혼 재판의 쟁점은 별개일 수 있으므로, 신청을 준비하기 전에 변호사와 절차 및 주장 방법을 검토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