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샛이 향한 곳은 나로도가 아니었다

2026년 1월 30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주도해 개발한 지구관측위성 네온샛 1A호가 뉴질랜드 북섬 동쪽 마히아반도에서 우주로 발사됐습니다. 발사체는 뉴질랜드 출신 기업가 피터 벡이 세운 로켓랩의 소형 로켓 일렉트론이었습니다. 한국 위성은 2024년에도 같은 프로그램의 첫 위성이 이곳에서 발사된 데 이어, 다시 뉴질랜드 땅에서 우주로 향했습니다.

위성 발사라고 하면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를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발사 장소는 위성의 크기와 목표 궤도, 발사 가능한 시기, 서비스 조건 등을 따져 결정됩니다. 뉴질랜드를 택한 일이 나로우주센터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핵심은 네온샛 같은 소형 위성에 맞는 발사 서비스를 찾는 과정에서 로켓랩의 운용 방식과 발사 환경이 선택지로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네온샛의 뉴질랜드 발사는 한국이 만든 위성과 뉴질랜드의 상업 발사 역량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된 사례입니다.

소형 위성 시장을 겨냥한 로켓랩

로켓랩은 대형 로켓을 앞세워 우주 발사 시장을 넓히던 기업들과 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회사는 소형 위성을 전용으로 발사하는 시장에 집중했고, 일렉트론은 높이 약 18미터의 소형 발사체(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로켓)로 개발됐습니다. 기사에 제시된 성능 기준으로 이 로켓은 저궤도(지구 표면 가까이 도는 궤도)에 약 300킬로그램의 탑재물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대형 로켓은 한 번에 많은 위성을 운반할 수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위성만 따로 보내려면 발사 일정이나 궤도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형 로켓은 큰 화물칸을 모두 채울 필요가 없는 고객에게 발사 시기와 궤도를 비교적 세밀하게 맞춰주는 선택지가 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위성 한 기를 원하는 궤도에 투입하려는 기관에는 대형 로켓의 공유 발사를 기다리는 것보다 전용 발사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기술 도전에서 시작된 사업

피터 벡은 뉴질랜드 남섬의 인버카길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는 전형적인 경로 대신, 17세에 학교를 떠나 정밀 공구 제작 견습공으로 일하며 제조 현장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복합소재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06년 오클랜드에서 로켓랩을 창업했습니다.

그의 강점은 로켓을 설계하는 능력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소형 위성 시장을 겨냥하고, 발사체 개발부터 생산과 발사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만든 점도 중요했습니다. 로켓랩은 2013년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사업을 확대했으며, 2021년에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마히아반도가 발사장으로 주목받는 이유

뉴질랜드가 발사 장소로 가진 가장 큰 이점은 지리적 조건입니다. 마히아반도의 동쪽에는 넓은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주변 인구와 항공 교통의 밀도가 낮아, 로켓을 다양한 방향과 궤도로 발사하기에 유리합니다. 발사 경로 아래에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나 항공기가 붐비는 공간이 적으면 안전 관리와 운항 조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로켓랩의 마히아 발사장은 연간 최대 120차례 발사 기회를 제공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자체 발사장을 운영하면 다른 사업자와 시설 사용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고객 수요에 맞춰 발사 시기를 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집니다. 물건을 수출할 때는 먼 거리가 물류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로켓 발사에서는 주요 도시와 떨어진 위치가 오히려 장점으로 바뀐 사례입니다.

발사장만으로는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지형과 시설이 있다고 해서 우주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로켓을 만들 엔지니어와 정밀 부품 공급망, 발사 허가를 심사할 제도, 사고 위험을 관리하는 규칙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뉴질랜드는 민간기업의 상업 발사 계획이 구체화되자 우주 활동을 관리할 법과 행정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정부의 제도 정비가 기업의 실험을 뒷받침했다

뉴질랜드는 2016년 우주 관련 업무를 맡는 정부 조직을 설치하고, 미국과 기술보호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2017년에는 외기권과 고고도 활동을 다루는 법을 제정해 발사체와 발사 시설, 로켓에 실리는 탑재물의 허가 체계를 갖췄습니다. 기업이 먼저 사업 기회를 구체화하자 정부가 허가와 안전 관리의 기준을 만들고, 민간 활동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한 것입니다.

이런 절차는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발사 허가를 어떤 기준으로 받을지, 사고 위험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 탑재물에 어떤 조건이 적용될지를 명확히 하면 기업과 고객은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도로를 새로 내는 것만큼이나 교통 규칙을 정하는 일이 산업 성장에 중요할 수 있는 셈입니다.

경제와 일자리로 번진 우주산업

뉴질랜드 정부가 2025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3~2024 회계연도 우주산업 매출은 약 26억8천만 뉴질랜드달러였습니다. 2019년의 17억5천만 뉴질랜드달러와 비교하면 약 53퍼센트 늘어난 규모입니다. 산업이 직접·간접으로 만든 부가가치는 약 24억7천만 뉴질랜드달러로, 국내총생산(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의 약 0.58퍼센트에 해당했습니다.

당시 우주산업의 직접 고용은 약 7천 명,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약 1만7천 명의 일자리를 뒷받침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로켓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복합소재, 전자 장비, 전선과 배터리, 소프트웨어, 시험·검사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발사 횟수의 증가는 발사 기업뿐 아니라 부품 제조업체와 기술 서비스 기업의 수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로켓에서 위성·우주시스템으로 넓어지는 사업

로켓랩은 발사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고 위성 제작과 우주시스템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오클랜드의 연구개발·생산 거점에서는 일렉트론에 쓰이는 복합소재 탱크와 페어링(발사 중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 고전압 배터리, 전기 하니스(기기 안에서 여러 전선을 묶어 연결하는 장치), 킥스테이지(위성을 목표 궤도에 마지막으로 밀어 넣는 추진 장치) 등을 생산합니다. 발사체를 조립하고 통합하는 작업도 이곳에서 이뤄집니다.

이처럼 발사체와 위성, 지상에서 운용하는 시스템을 함께 다루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납니다. 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일뿐 아니라 위성의 구성품을 공급하고,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돕는 사업까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로켓랩은 2026년 위성통신 기업 인수도 추진하고 있어, 사업 영역을 더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로켓랩의 성장과 함께 다른 우주·항공 기업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주와 첨단 항공 산업의 규모를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한 기업에서 축적된 제조 경험과 숙련 인력이 다른 기업으로 이어진다면, 개별 회사의 성장을 넘어 산업 생태계가 두터워질 수 있습니다.


한국과 뉴질랜드, 서로 다른 강점을 연결할 때

한국은 위성 개발과 전자·소재·정밀 제조 분야에서 기술과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상업 발사와 발사장 운영, 우주시스템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강점을 연결하면 발사 계약에 그치지 않고 위성 부품과 장비 공급, 공동 연구, 소프트웨어와 통신 분야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주산업은 로켓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위성의 구조물과 센서, 통신 장비, 전력 시스템, 지상 관제 소프트웨어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이 맞물려야 임무가 완성됩니다. 한국 기업이 경쟁력 있는 부품을 공급하거나 뉴질랜드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한다면, 발사 기회를 넘어 국제 공급망에 참여하는 길도 열릴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성장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로켓 한 기의 성공만이 아닙니다. 기업의 도전, 발사에 유리한 환경, 정부의 제도 정비가 함께 작동할 때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살펴볼 과제

협력이 커지려면 양국 기업이 기술 기준과 안전 규정, 지식재산권, 공급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조율해야 합니다. 우주산업은 개발 기간이 길고 시험과 인증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단발성 계약보다 지속적인 협력 관계가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부품 공급이나 공동 연구처럼 참여 범위가 분명한 사업부터 시작해 경험을 축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낙농과 관광으로 잘 알려졌던 뉴질랜드가 주요 로켓 발사국으로 성장한 과정은 국가 규모가 작더라도 특화된 강점을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히아반도의 지리적 조건만이 아니라, 기업의 선택과 생산 역량, 정부의 신속한 제도 마련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네온샛의 발사는 그 생태계와 한국의 위성 기술이 만난 장면이며, 앞으로 양국 협력이 얼마나 넓어질지가 다음 과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