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사람의 이야기: 판결을 다시 다투려는 도윤
몇 해 전, 이도윤은 특정 형벌 조항을 근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출소한 뒤에도 도윤은 자신에게 적용된 법률 조항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헌법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재심을 청구하면서, 그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함께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아직 재심을 열지 않았습니다. 도윤의 재심 청구가 법률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먼저 검토하는 단계였기 때문입니다. 도윤에게는 간단해 보였습니다. 형벌의 근거가 된 법률이 위헌이라면 유죄판결도 달라질 수 있으니, 지금 바로 그 법률의 합헌성을 심판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2. 법적 쟁점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도, 확정판결에서 처벌의 근거가 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그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가 바로 지금 법원이 판단해야 할 재판의 결론에 영향을 주는지, 즉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지입니다.
3. 한국 법은 어떻게 정하고 있나
재심은 확정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지만,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재심 사건의 본안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그 사유가 인정되는지를 살펴 재심 청구를 기각하거나 재심개시결정을 해야 합니다.
재심은 두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재심을 열 수 있는 법정 사유가 있는지 판단하고,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뒤에야 원래 사건의 유무죄와 형벌 등을 다시 심리합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에도 절차상 문턱이 있습니다. 법원이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그 재판의 결론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해당 법률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거나, 과거 유죄판결의 근거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재판의 전제성이란 문제 된 법률 조항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되고, 그 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말합니다.
따라서 절차는 보통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 법원이 재심 청구에 법정 사유가 있는지 심사합니다.
- 재심 청구를 기각하거나 재심개시결정을 내립니다.
-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면 원래 사건을 다시 심리합니다.
- 재심 본안에서 문제 된 법률 조항이 실제 판단의 전제가 되는 경우, 위헌법률심판 제청 여부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형벌 법률 또는 법률 조항에 근거한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는 위헌 결정과 재심 절차가 만나는 법적 근거이지, 재심을 청구하기만 하면 재심개시 전에 곧바로 위헌심판 제청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4. 한국 법원은 이런 사건을 어떻게 보나
한국 법원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당 법률에 대한 추상적인 헌법 심사로 보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재판에서 그 조항의 위헌 여부가 실제 결론에 영향을 미쳐야 제청 요건을 충족한다고 봅니다.
재심개시 여부를 정하는 단계에서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과거 형사재판의 유무죄나 형벌의 적정성이 아니라, 재심을 허용할 법정 사유가 있는지입니다. 그러므로 과거 유죄판결에서 처벌의 근거가 된 조항이라 해도, 아직 재심 본안이 열리지 않았다면 그 조항의 위헌 여부가 현재의 재심개시 판단에 직접 필요한 쟁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재심개시결정 전에는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보아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뒤에야 본안 재판에서 그 요건을 다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제청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심 본안에서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지, 위헌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5. 도윤의 사건에 적용하면
도윤의 절차를 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법원이 심사하는 것은 재심개시 여부입니다. 도윤이 재심 청구서에 든 사유가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판단 대상입니다.
- 형벌 조항의 위헌 여부는 아직 재심 본안의 쟁점이 아닙니다. 재심개시결정 전에는 과거 유죄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그 조항의 위헌 여부가 현재 재판의 결론을 바꿀 수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따라서 지금 신청한 위헌 제청은 시기상 이릅니다. 재심개시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제청하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는 도윤의 위헌 주장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최종 판단과는 다릅니다.
- 재심이 열리더라도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뒤 해당 법률 조항이 재심 본안에 적용되고, 위헌 여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어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즉, 도윤의 주장이 절차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재심 청구 자체가 자동으로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우선 재심 사유를 판단하고, 그 결과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되면 본안 심리에서 관련 법률 조항과 위헌 제청 요건을 따로 검토하게 됩니다.
6. 결론: 도윤에게 무슨 일이 생겼고, 무엇을 해야 할까
도윤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재심개시결정 전에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기 어려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형벌 조항이 합헌이라고 확정된 것도, 도윤의 재심 청구가 반드시 실패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법원은 먼저 재심을 시작할 법정 사유가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재심개시결정이 확정된 뒤에는 해당 조항이 본안 판단에 실제로 적용되는지와 위헌 여부가 판결에 영향을 주는지를 다시 따집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다음을 기억하세요.
- 재심 사유와 위헌 주장을 구분해 정리하세요. 먼저 형사소송법상 어떤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 절차의 단계를 확인하세요. 재심개시결정 전인지, 그 결정이 확정된 뒤 본안 심리가 진행 중인지에 따라 위헌 제청의 전제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전문가와 함께 제청 요건을 검토하세요. 재심이 시작된 뒤에도 법률 조항의 적용 여부와 판결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해야 하므로, 기록과 적용 법령을 바탕으로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