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가족의 상속 다툼
김지연은 할아버지가 1958년 세상을 떠났을 때 아직 어린아이였습니다. 집안의 논밭과 살림은 장남인 삼촌에게 넘어갔고, 지연의 어머니는 딸이라는 이유로 상속이나 재산 분배를 요구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민법이 시행되기 전이었고, 가족들은 그 말을 오래된 관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가족 재산을 둘러싼 민사소송이 시작되자, 지연은 그 관습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권과 분재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재판부에 해당 관습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해 달라고 신청했습니다. 지연의 주장은 법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요?
2. 법적 쟁점
핵심은 민사 관습법도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되는가입니다. 지연이 신청한 것처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할 수 있는 대상은 무엇인지, 관습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다툴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3. 한국 법이 정한 원칙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그 심판을 제청하는 절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률은 원칙적으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가리킵니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는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의 관할로 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문제될 때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제청할 수 있도록 합니다.
민사 관습법은 성문법과 같은 방식으로 제정된 법률이 아닙니다. 민법은 관습법이 성문법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민법 제1조: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합니다.
따라서 관습법에 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되면, 위헌법률심판으로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하기보다 해당 민사사건을 맡은 법원이 그 관습을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국회가 의결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대상으로 합니다.
- 민사 관습법은 성문법이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쓰이는 법원입니다.
- 관습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재판에서 그 관습의 적용을 다툴 수 있습니다.
- 법원은 해당 관습의 효력을 스스로 판단하고,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면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4. 한국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한국 법원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과 민사 관습법을 구별합니다. 관습법은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인되고 법적 규범으로 쓰일 수 있지만, 국회가 의결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관습법 자체를 대상으로 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은 적법한 신청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민사 관습법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법원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므로, 관습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 원칙은 관습에 대한 헌법적 문제 제기를 막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판단의 통로가 다릅니다.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 여부를 맡기는 대신, 실제 분쟁을 심리하는 민사법원이 해당 관습을 그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5. 지연의 사건에 적용하면
첫째, 지연이 문제 삼은 것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 조항이 아니라 민법 시행 전 상속관계에 적용됐다고 주장되는 구 관습입니다. 그러므로 그 관습 자체는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인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둘째, 지연의 신청은 관습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판단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법률이 아닌 관습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절차상 적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그 신청을 각하할 수 있습니다. 각하는 신청의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를 본안에서 판단하기에 앞서, 신청 방식이나 대상이 절차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는 결정입니다.
셋째, 신청이 각하되더라도 지연의 주장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연은 본안 재판에서 “여성에게 상속권과 분재청구권이 없다는 관습을 이 사건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직접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그 관습이 실제로 해당 시기의 법원(法源)이었는지, 사건에 적용되는지, 그리고 헌법에 어긋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지를 심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습의 효력이 부인된다고 해서 지연이 곧바로 재산을 돌려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상속관계와 재산의 귀속, 적용되는 시기의 법, 청구의 종류와 기간 문제 등은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위헌법률심판 신청의 적법성과 상속청구의 실체적 결론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6. 결론: 신청은 각하될 수 있지만, 다툼의 길은 남는다
지연이 낸 구 관습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은 부적법해 각하될 가능성이 큽니다.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인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연은 민사재판에서 해당 관습의 효력을 직접 다툴 수 있고, 법원은 헌법에 어긋나는 관습이라면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분쟁을 겪고 있다면 다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 상속이 시작된 시점을 먼저 확인하세요. 민법 시행 전후에 따라 적용되는 규범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관습법의 위헌성을 재판부에 직접 주장하세요. 관습 자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과 본안에서의 적용 배제 주장은 구별됩니다.
- 가족관계와 재산 자료를 확보하고 기간 문제도 함께 점검하세요. 상속관계와 청구 가능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관련 자료를 토대로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